- ▶ 한국에 온 日本부인 신도들... 돌이키기 힘든 인생길, 눈물 보이기도
▲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금과가정교회 |
수도권을 비롯하여 지방 곳곳에 버려지고 방치된 하늘부모님성회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세칭 통일교) 폐교회당들이 있다.
지방 어느 곳에는 통일교 폐교회가 마을 앞 길가 중앙에 위치해 있어, 지나는 이들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흉물스런 폐가가 덩그러니 있으니 주민들은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곳에는 통일교 책들이며 사진, 가재도구들이 그대로 방치된 채 20여년 동안 먼지가 가득한 상태로 있고, 앞마당엔 풀들이 무성하다. 처마 지붕엔 일장기 모양의 통일교 붉은 마크가 새겨져 있다.
주민들은 생소한 사람이 찾아와 방문하면 빈집 사기 위해 보러온 줄 아시고 반기고 있을 정도다.
전북 순창에 소재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금과가정교회는 20년째 폐건물로 방치돼 있다.
▲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금과가정교회 간판 |
필자: 여기 언제부터 폐가가 되었나요?
주민A: 한 20년 됐어요. 건물이 오래돼서 마루며 구들장이 다 내려앉아 있어요.
필자: 옛날에는 사람들이 많았나요?
주민A: 많았지. 저기가 옛날에는 동네에서 제일 부자였지. 그런데 남자(통일교 목사)는 집을 나가버리고 아들이 7형제인데 다 죽고, 부인도 죽고, 한 20년도 더 됐어. 아무도 없어.
필자: 저렇게 놔두면 보기에 좋지 않은데.
주민A: 저녁이면 무서워.
(창호지 문은 다 찢어져 너덜너덜 하고, 혹여 매입하기 위해 오는 이들을 위해서인지 문을 열어놨는데, 안에는 책꽂이며 가재도구들이 그대로 있는데, 먼지가 잔뜩 옹골차게 들어앉아 있다.)
주민B: 옛날에는 동네마다 일본 부인들이 많이 살았지. 2~30년 전에 합동결혼식 하고 와서 이제는 아이들이 2~30대 청년이야. 순창면에는 일본 부인들이 더 많아.
충남 논산 강경읍 황산리 소재 통일교 강경가정교회는 30년째 비어 있다.
이곳은 1980년에 건축됐는데, 2세들이 근거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교회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강경가정교회... 운영 안함 |
필자: 언제부터 비어 있었나요?
마을이장: 한 30년 정도 됐어요. 통일교 교인들이 없어요.
필자: 누가 사가지도 않나요?
마을이장: 통일교 재단이 크잖아요... 이곳에 다니던 사람들도 다른 곳으로 갔고, 이후로는 안 와요.
이렇게 수십 년째 방치된 곳들이 강원도와 경상북도에도 있다.
통일교 건물들은 독특하게 영문 대문자 A 모양의 삼각형 양식으로 건축되었는데, 1970년대 후반과 1980년 초 전국 30여 곳(경기 성남, 대전 대덕, 충남 서천, 서산, 태안, 금산, 논산, 강경, 충북 영동, 음성, 전남 화순, 곡성, 전북 임실, 남원, 금과, 적성, 강원 강릉, 횡성, 속초, 동해, 경남 거제, 진해, 고성, 거창, 경북 경산, 영주, 울진, 영천, 김천, 안동... 등)에 동일하게 같은 모양으로 세워졌었다.
정부의 지원 아래 승공활동 하면서 전국으로 확장해 활동했던 것이다.
그중 신도들의 고령화로 사망하거나 교회를 떠나거나 2세들의 신앙 포기로 폐건물로 남아 있는 경우와 다른 곳과 통폐합 되면서 비어 있는 곳들이 있는 것이다.
경기도 소재 어느 교회는 예전에 결혼상담소라는 간판을 달고 활동하기도 하였다. 그곳에서 합동결혼식을 통해 한국에 온 일본 부인 신도들을 만났다.
▲ 합동결혼식 통해 30년 전 한국으로 온 일본부인 신도들 |
필자: 한국에 오셔서 생활하시기 얼마나 힘드셨어요. 일본에서 오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마주보고 앉아 묻자마자 눈물을 훔친다. 애환이 많았던 것 같다. 대화 중 계속 눈물을 보였다.)
일본인 신도1: 30년 정도 됐어요. 젊었을 때 왔어요.
필자: 두 분 다 젊었을 때 오셨어요?
일본인 신도1, 2: ㅎㅎㅎ 네~
필자: 두 분 다 합동결혼식 하시고 오신 거죠?
일본인 신도1: 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문화도 다르고, 말도 안 통하고, 그런데 지금은 애들도 다 크고.
필자: 한국에는 통일교인이 어느 정도 되나요?
일본인 신도1: 2만명 정도 되고요. 일본은 더 많아요.
필자: (통일교) 회사 직원이나 학교 학생들까지 다 포함해서 그 정도에요?
일본인 신도1: 네, 그 정도에요.
필자: 삼각형 모양의 건물이 독특한데요.
일본인 신도1: 이런 건물을 1970년도에 전국에 똑 같이 많이 지었어요.
필자: 한국에서 사시기 힘들지 않았어요?
일본인 신도1: 많이 힘들었죠. 신앙으로 이겨왔어요. 일본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왔기 때문에, 힘들어도 다시 돌아가는 것이 어려웠어요. 오라고 했는데, 여기에 또 가족이 있다보니 못 갔어요. 혼자라면 갔을 겁니다.
필자: 혹시 연세가?
일본인 신도1: 1964년생이에요.
필자: 여기에 일본분들이 얼마나 계시나요.
일본인 신도1: 25명 정도 있어요. 그래서 어려움이 있으면 그 사람들이랑 얘기하고.
필자: 일본에서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는데, 신앙때문에 타국에까지 와 이렇게 생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요. 인생을 걸고, 바칠 만큼 가치가 있었나요.
일본인 신도1: 이렇게 힘들 줄 몰랐죠.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안 왔죠. 하지만 잘 되겠죠. 신앙으로 이겨왔어요. 정말 쉽지 않았어요.
필자: 혼란스러운 적은 없었나요.
일본인 신도1: (문선명 사후) 많이 혼란스러웠던 적도 있었죠. 30년 넘도록 해왔으니. 이제 일본에 가도 갈 데도 없고, 이 나이 돼서 일본에 가서 뭐 해요. 혼자였다면 갔을 텐데, 이곳에 가족이 또 있으니. 신앙 때문이라면 일본에 가서도 할 수 있으니까... 결혼생활도 쉽지 않았어요. 신앙이 없었으면 이겨내기 힘들었죠.
필자: 한 번씩 돌아보기도 하지 않나요. 이 길이 옳은 길인지, 아닌지.
일본인 신도1: 한 번씩 돌아보기도 했죠. 당연히. 내가 이렇게 해서 뭐가 되지, 내가 정말 괜찮은 건가 하고...
통일교 합동결혼식을 통해 한국에 온 지 30년, 신앙 하나에 인생을 걸고 타국에까지 오기란 정말 간단치가 않은데, 많은 혼란을 겪었다니, 진정 바른 진리의 길이 어떤 길인지, 이제라도 다시 보고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는데, 막막하고 안타깝다. 종교가 인생을 이렇게도 만든다.
▲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적성가정교회... 운영 안함 |
▲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곡성가정교회... 운영 중 |
통일교는 한때 교세가 30만명까지 됐으나, 2000년대 초반 전국 430개 교회들을 시군구 별 200여 개로 통폐합시켰고, 그런 연유로 인하여 지방 곳곳에 폐가로 방치된 건물들이 있다.
이후에도 교세가 약해지면서 비어 있는 교회들이 늘어나고 있어 현재 제대로 운영되는 곳들은 전국 30여 곳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한학자 씨는 본인의 일대기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송산리에 천원궁(천지선학원)을 짓고 있다. 문선명·한학자의 평화운동과 비전 전시관, 박물관이란 명목이다. 완공 전날까지 한 가정당 1백만원 씩 특별헌금 하라고 광고하고 있다.
▲ 천원궁(천지선학원) 마무리 공사 중 |
이미 그 일대는 통일교 단지화 되어 있는데, 또 다시 왕궁을 짓는다는 건 허세이거나 헌금 걷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일생을 그렇게 이용당한 신도들이 안쓰럽다. 더 이상 피해가 지속되지 않도록 분별하길 바란다.
오명옥 omyk7789@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