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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주의 이단과 오늘날의 이단들

기사승인 2018.02.28  14: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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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거짓말쟁이입니까?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부인하는 사람이 아닙니까? 아버지와 아드님을 부인하는 자가 곧 그리스도의 적입니다.”(요일2:22).

“적그리스도”라는 말의 희랍어 원어는 ‘안티 그리스토스’(antixristos)이다. 안티(anti)라는 단어는 영어의 어겐스트(against)에 해당하는 것으로 ‘~에 대적하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공동번역(개정 1999)에는 ‘그리스도의 적(敵)’으로 번역하였고, 표준새번역(2001)에는 ‘그리스도의 적대자’로 번역하였다. 그런데 붉은 적(赤)자로 오해하여 공산주의를 적그리스도라고 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적그리스도라는 단어는 사도요한이 쓴 것으로 알려진 요한1서에 세 번(2:18, 2:22, 4:3)과 요한 2서(요이1:7)에 한 번, 모두 네 번 기록되어 있다.

적그리스도와 666은 실제로 무관

지난 2000년 동안 ‘적그리스도’가 누구냐는 것에 대하여 실로 다양한 해석이 주장되었다. 특히 바다에서 나온 짐승과 그 숫자가 666이라 지칭한 요한계시록과 관련하여 제멋대로 해석되어 왔다. 이슬람교가 등장하자 666과 적그리스도를 연계하여 예수가 하나님인 것을 부인하는 적그리스도인인 마호메트를 666이라고도 하였다. 가톨릭교회는 종교개혁자 루터를 적그리스도(Anti Christ)라 하여 666이라고 하였고, 개신교에서는 로마 교황도 666 적그리스도로 여겼다. 2차대전 동안에는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를, 전후 반공주의자들은 기독교에 적대적인 소련 등 공산국가를 적그리스도 666이라고 하였다. 요한계시록 13장 1절은 ‘열 뿔’과 관련시켜 한 때(1981~1986) 10개국으로 구성된 유럽통합(EC)을 666이라 하였으나, 지금의 유럽연합(EU, 1992년 창설)은 현재 25개국 이상으로 늘어났으니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정보화시대에 맞게 컴퓨터, 인터넷, 바코드, 베리칩이 666이라는 주장이 나오게 되었다.1)

666은 제2의 네로인 박해자 미티안 황제 상징

해석학적으로 모든 과거의 문서를 해석하는 두 가지 원리가 있다. 성경해석도 예외가 아니다. 크리스터 스텐달(Krister Stendahl)은 해석은 “본문이 기록된 당시의 독자들에게 무엇을 의미했는가”(Whatit meant?)를 주석적으로 밝혀내고 이를 다시 “오늘 우리에게는 무엇을 의미하는지”(What it means?)를 강해하는 것이 성서해석의 본질적인 과제라고 하였다. 전자를 역사적 해석이라고 하고 후자를 현재적 해석이라 하기도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666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해석이 있어 왔다. 그러나 근대 이후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역사적 해석은 네로 가이사를 당시에 유행했던 게마트리아식으로 해석하면 666이라는 주장이다. 희랍어 네론 가이사르(Neron Kaisar)를 당시의 히브리 어법에 따라 히브리어 자음 (רסקנןרנ)만으로 표기하고 이를 수로 대입하여 모두 합하면 666이 되기 때문이다. ‘땅에서 올라온 두 번째 짐승’(계13:11~14)이 있으니 “총명 있는 자는 그 짐승의 수를 세어 보라 그 수는 사람의 수니 육백 육십 육이다”(계13:18) 그리고 이 두 번째 짐승은 “지금 없어진 짐승은 여덟째 왕이니 일곱 중에 속한 자”(계17:11)라고 하였다.

이러한 본문에 대한 종합적 역사적 해석에 따르면 恚’은 두 번째 짐승, 즉 제2의 네로로서 요한계시록이 기록될 당시 기독교인들을 박해한 제8대 로마황제 도미티안(91~96년 재위)이다. 도미티안 황제는 황제의 신상에 분향한 자들에 표를 주고 이 표를 받은 자들만 상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여 기독교인들을 대대적으로 박해하였다. 네로의 대대적인 박해를 기억하였던 신자들은 두 번째로 큰 박해자 도미티안이 등장하자 네로가 환생한 것으로 여겼다. 도미티안은 네로의 환생자(NeroRedivivus)로도 불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도미티안 황제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비판하면 박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제2의 네로’같은 짐승의 숫자 666으로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당시의 요한계시록의 독자들이 누구나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본문이 당시 에 무엇을 의미했는지 역사적으로 해석하면 666의 의미는 도미티안이라는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이 본문을 현재적으로 해석하면 기독교인들을 박해하는 모든 통치자는 다 666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666은 ‘사람을 지칭하는 숫자’이기 때문에 컴퓨터, 인터넷, 바코드, 베리칩2)을 666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해석임에 분명하다.

적그리스도는 교회를 분열시킨 영지주의 이단

요한서신의 ‘적그리스도’와 요한계시록의 恚’은 역사적으로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요한서신과 요한계시록은 저작 시기도 다르고 요한서신을 수신한 공동체와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교회들이 처한 상황도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요한서신(90~100년경)은 교회 내의 영지주의 이단으로 인한 분열이 문제였고, 요한계시록(91~96년)은 황제숭배신앙으로 통일하고자 한 도미티안 황제의 치세 동안 교회 외부로부터 정치적 박해가 문제였다. 요한서신의 수신자들인 초기 기독교인들은 로마의 가중된 핍박으로 인해 기원후 80년 이전에 소아시아로 이주한 교회공동체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 공동체는 이단으로 인해 교회분열이라는 내적 위기를 겪는다. “그들이 우리에게서 나갔으나 우리에게 속하지 아니하였나니 만일 우리에게 속하였더라면 우리와 함께 거하였으려니와 그들이 나간 것은 다 우리에게 속하지 아니함을 나타내려 함이니라”(요일2:19)고 한 것은 이를 증거한다. 요한서신은 이 ‘요한공동체’가 소아시아에서 교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이단사상이 교회에 들어와서 교회가 분열의 위기를 맞이한 것이 확실하다. 이단 무리들은 자신들을 교회 공동체로부터 분리시키고 자신들만의 분파를 만들어 나간 다음에도 남은 신자들을 계속 접촉하면서 사람들을 자신들의 집단으로 끌어들이려고 미혹하였던 것이다.(요일2:26)

교회를 분열시킨 결정적인 이유는 일부 교인들이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였고, 예수께서 육신으로 오신 것을 부인하고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대적하는 당시의 영지주의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당시에 유행하였던 영지주의는 영육이원론에 따라 육신의 영혼의 감옥이며, 인간이 육신을 가졌기 때문에 온갖 고통과 죽음을 당하게 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육신을 감옥에서 벗어나는 것이 구원이고 그 방법은 영적 세계에 대한 영적 지식을 깨닫는 것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가 육신을 입고 오셔서 십자가의 고난을 당하고 죽은 것을 모두 부인하였다. 예수는 천상의 영적 존재인데 30세쯤의 육신을 가진 인간으로 모습을 빌려 잠시 이 세상에 가짜로 나타났다가 3년 동안 그의 제자들에게 영적 지식을 다 가르친 후 십자가에서 그 육신을 버리고 다시 천상으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외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막15:34)를 예수께서 잠시 빌려 입은 예수의 육체가 예수의 영혼에게 “나의 영이여, 나의 영이여 어찌하여 ‘나 즉, 육체’를 버리시나이까”로 해석하는 영지주의자들도 있었다. 예수가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난 것(gereratio)이라는 탄생설을 부정하고, 30세쯤의 육신을 가진 인간으로 잠시 이 세상에 가짜로 나타났다(doceo)는 가현설(假現說)을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대속적인 죽음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통한 각자의 영적 각성을 통해 구원을 얻는다고 보았다.3) 따라서 이들 영지주의에 젖은 신자들은 육신으로 태어나서 고난을 당하고 심지어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영혼을 육체의 감옥에서 구할 구세주로 볼 수 없었다. 단지 예수를 영적 지식(gnosis)을 전한 영지자(gnosister)로만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 하르낙(A. Harnack)은 2세기의 기독교가 예수가 육신으로 오신 것을 부인하는 영지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면 세계적인 종교로 전파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하였다.

본문에서 적그리스도를 규정하는 신앙적 내용은 두 가지인데, 이는 모두 영지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가현설이 그 핵심 내용이다.

“누가 거짓말쟁이입니까?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부인하는 사람이 아닙니까? 아버지와 아드님을 부인하는 자가 곧 그리스도의 적입니다.”(요일2:22).

“속이는 자들이 세상으로 많이 나왔습니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의 몸으로 오셨다고 고백하지 않는 자들입니다. 그런 자는 속이는 자며 그리스도의 적입니다.”(요이1:7).

그래서 사도 요한은 영지주의자들의 이러한 주장은 예수의 인성과 구주되심을 부정하고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분열시킨 그리스도를 대적하는 자들이라는 의미에서 ‘적그리스도’라 지칭한 것이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사역을 통한 구원을 부인하였고(요일2:2), 나아가 그들은 하나님과 성도, 성도와 성도간의 교제가 이루어지는 신성한 공동체의 본질을 부인하였고(요일1:3, 2:11), 교회 지도자들의 권위를 부인하였다.(요일1:5)

한국의 주요 이단은 오늘날의 적그리스도

적그리스도라는 단어는 단수(요일2:22, 4:3)로도 표시되었으나, 요한일서 2장 18절에서 ‘많은 적그리스도’라고 복수명사로 표시되어 있다. 요한이서 1장 7절에서는 적그리스도라고 하는 “미혹하는 자가 많이 세상에 나왔다”고 복수로 지칭한다. 따라서 적그리스도는 무리를 이루었고 그리스도의 인성과 신성, 그리고 구주되심을 부인하고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대적한 영지주의 이단 집단을 지칭하는 것이 확실하다.

어느 시대라도 성서가 가르치는 기독론의 핵심인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을 부인하는 가현설을 주장하고, 그리스도의 구주되심을 부인하고, 교주를 재림 예수나 메시아라고 주장하면 적그리스도에 해당한다.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 그리고 구주되심을 고백하는 정통 위에 서 있는 공교회(公敎會)를 대적하고 분열시키는 이단 집단들도 모두 적그리스도이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 한국에는 교주를 재림 예수나 구세주로 주장하는 이단집단이 50여 개나 된다고 하니 이 많은 이단 집단들은 모두 ‘오늘날의 적그리스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디모시 프리크와 피터 갠디의 공저이며 1999년 영국에서 출판된 후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소개된 『예수는 신화다』라는 책도 예수께서 육신으로 온 것을 부인하는 대표적인 저서이다.

허호익 교수 대전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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