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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아이, 누구의 책임인가”입양특례법 득보다 실이 크다

호적에 올려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입양기관에 맡기지도 못한 채 유기
가정법원의 허가, 친·양부모 신상공개 등 복잡한 절차로 입양성사 감소

음침한 산 비탈길 도랑에서 버려진 아이의 시체가 발견됐다. 새까만 미라처럼 굳어버린 갓난아이의 사체다. 몸 곳곳에 핏자국이 남은 것으로 보아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버려진 아이다. 얼마나 무서운 몇 시간을 보냈을까. 아이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이처럼 세상에 나오기가 무섭게 버려지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유기되는 아이들이 심심치 않게 나왔지만, 지난해 8월 시행된 입양특례법으로 인해 그 숫자가 더욱 늘어났다. 가뜩이나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는데, 개정된 법에 의해 호적에 올려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입양기관에 맡기지도 못한 채 버리고 만 것이다. 입양기관에 아이를 맡기려면 호적에 올려야 하는데, 미혼모들은 호적에 아이를 올리는 대신 “아이만 없으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데...”라며, 아이를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내던진다. 아이를 살리겠다고 만든 법이 도리어 아이를 죽이고 있는 셈이다.

입양기관에 맡겨도 문제가 발생한다. 가정법원의 허가, 친·양부모 신상공개 등 복잡한 절차로 인해 입양이 성사되는 일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물론 기존에 무분별하게 입양이 실시됐었던 점에 비해서 좋아졌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절차상 까다로움은 입양감소를 불러왔다. 실제로 비밀스럽게 입양을 결심한 양부모들의 보이콧이 느는 추세다. 더욱이 법원의 허가가 떨어져야 입양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입양건수가 갈수로 줄어들고 있다. 법 개정 이전에 1500여건의 국내입양 건수가 있었던 점에 비해 법 개정 이후 가정법원의 허가가 떨어진 입양이 고작 25건에 불과한 것을 보면 입양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알 수 있다. 친모나 양부모의 신상공개는 입양감소를 불러온 직격탄이었다.

더욱이 ‘한부모가족 지원법’의 개정으로 인해 입양기관의 미혼모자시설이 오는 2015년까지 모두 폐쇄될 위기에 처해 미혼모들이 아이를 버리는 추세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는 미혼모가 기존에는 입양기관의 도움으로 아이를 키웠다면, 이제는 본인 스스로 아이를 키워야 하기에 자칫 아이를 버리는 것을 방조하는 범죄행위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나마 부모의 연을 이어가던 미혼모들이 낭떠러지에 내몰리면 결국에는 아이를 버리는 선택을 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뿐만 아니라,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미혼모들의 정신적, 육체적 쉼터를 없애는 것은 영아 유기 등 각종 범죄를 양산할 가능성도 커졌다.

결국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입양관련 법이 시행되면서 소중한 생명이 안타까운 일을 당하고 있다. 따라서 입양특례법의 재개정이 시급하다. 아이들의 생명을 담보로 법 개정을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실에 맞는 입양특례법으로 보완해 미혼모들과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특히 한국교회는 미혼모와 아이들이 가족의 연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고, 부득이하게 입양을 결정했을 때에는 미혼모나 아이나 모두가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더 이상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

먼저 정부는 입양특례법 중 호적 등록과 관련한 법을 삭제하거나, 훗날 당사자가 원할 때에만 열람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무조건 호적으로 등록할 경우 친모나 양부모의 입장에서는 부담감이 생길 수 있다.
친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입양한 후에도 호적 상 미혼모의 낙인이 끝까지 따라가 새로운 삶을 살 수 없고, 양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생모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심리적 부담감을 갖고 평생을 살아가야한다. 다시 말해 아이에게 “내가 너의 친 엄마다, 아빠다”와 같은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 또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아이를 매매하는 범죄도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사전에 호적 등록과 같은 불합리한 법을 손질해야 한다.

또한 미혼모들에 대한 생명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단순히 아이를 키울 능력이 안된다는 이유로 무조건 아이를 버려도 된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하지만 미혼모들의 대부분은 아이로 인한 자신의 삶이 피폐화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결국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쉽게 아이를 버리게 된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미혼모들에 대한 교육과 캠페인을 실시하고, 입양기관 및 단체, 교회에서도 미혼모들이 생명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어떠한 이유로도 소중한 생명을 버리는 것은 용서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미혼모자시설을 무조건 폐쇄하는 것보다는 점차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오히려 효과가 있다. 수치상으로 입양기관이 운영하지 않는 시설의 미혼모가 아이를 직접 양육하는 비율이 높다고는 하지만, 능력이 부족한 미혼모들이 아이를 키울 가능성보다 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혼모들의 증가추세로 보면 오히려 미혼모자시설을 추가해야 함에도 줄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만 미혼모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직업을 알선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종환 기자  yjh44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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