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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통일운동 중심지로서의 과거 위상 회복 절실새해 한국교회 통일운동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
기독교한국신문 | 승인 2014.12.24 11:33

한국교회 통일운동 갈수록 약화…새로운 동력 만들어야
남북한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구체적 노력과 실천 필요


새해에도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과거 한국사회의 통일운동을 주도했던 한국교회는 현재 갈수록 그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 80년대 독재정권의 억압 아래서 통일을 향한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고, 소위 ‘88선언’을 통해 통일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88선언’ 이후 구체적 사업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90년대 이후 정부에 주도권을 내 주면서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은 서서히 약화되기 시작했으며 현재에는 그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그 동안의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을 뒤돌아보고 새로운 교회 통일 사업을 만들어 내고 이를 실천해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따라서 올 한해 한국교회는 남북관계와 국제정세의 변화,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의 동향, 정부의 대북정책의 변화 등에 맞추어 탄력적으로 통일운동의 방향성을 수정하고 변화를 모색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통일운동 주도했던 한국교회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은 민간차원의 통일운동을 주도해 온 자랑스러운 전통을 갖고 있다. 이미 지난 80년대, 사회의 모든 분야가 독재정권의 억압 아래서 통일문제와 관련된 견해를 거의 내놓지 못하고 있을 때에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한국교회는 정부의 방해를 뚫고 통일에 대한 논의를 꾸준히 개진해 왔으며, 여기서 이루어진 논의를 바탕으로 1988년에는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관한 한국 기독교회 선언’(88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소위 ‘88선언’은 분단체제 안에서 상대방에 대해 깊고 오랜 증오와 적개심을 품어왔던 일들이 우리의 죄임을 하나님과 민족 앞에 고백한 한국기독교 통일운동사의 중요한 이정표였으며, 다른 종교와 구별되는 기독교만의 차별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한국교회의 노력은 세계 기독교계뿐만 아니라 북한의 공식 기독교단체인 조선기독교도연맹(당시)의 반응을 이끌어냈고, 이에 따라 남북한의 교회는 사회의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먼저 남북 교류를 시작했다.

지난 1986년 스위스 글리온에서 처음 만나 역사적이고도 감격적인 공동 성찬식을 거행한 바 있는 남북한 교회의 만남은, 남북한 관계가 여러 가지로 변화한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90년대 중반에 들어 북한이 거듭되는 홍수 등으로 심각한 식량난에 빠져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제일 먼저 북한 돕기에 나선 것도 한국교회였다. 이 같은 사례들은 한국 사회의 통일운동을 교회가 주도해 나왔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교회 통일운동 약화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 정부가 대북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교회의 통일운동은 점차 그 입지가 작아지기 시작한다.

정부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변한 만큼, 기독교 이외의 다른 부문들이 통일문제에 접근하는 길이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인 교회가 정책을 좌우하는 정부의 논리와 능력을 뛰어 넘기가 사실상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것을 뒤집어 말하면, 이 시기부터 우리나라의 통일논의를 정부가 독점해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이후 한국 교회의 통일운동은 통일과 관련된 논리의 개발이나 정책제시보다는 남북한 교회의 교류와 만남, 그리고 북한 지원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통일문제에 대한 시각이 전반적으로 넓어지면서,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보수권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경향이 기독교계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통일운동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기 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미쳤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 주도의 통일논의’가 우리 사회의 통일논의에 가져다 준 부정적인 영향을 분석하는 일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정부와는 다른 차원의 통일논의 필요

정부 주도의 통일논의가 갖고 있는 가장 뚜렷한 한계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데 있다.

한마디로, 미국의 아시아 정책과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우리 사회의 통일논의를 독점하고 주도할 수는 있지만, 주변 정세의 흐름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는 명백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독교계의 통일운동이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는 사실상 자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기독교가 그동안의 통일운동을 통해 나름대로 세워 놓았던 원칙과 신앙적 양심에 충실하게 정부의 정책을 비롯한 사회의 통일논의를 감시하고 바로잡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이미 ‘88선언’을 통해 ‘자주, 평화, 민족적 대단결, 민중우선, 인도주의’라는 다섯 가지의 통일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통일논의의 주도권이 교회로부터 정부 당국으로 넘어간 이후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은 이 원칙들을 실천에 옮기기보다는, 대북지원을 빌미로 한 남북한 교회의 만남과 교류에 더 집착하는 듯한 과거의 모습을 계속 답습하고 있다.

따라서 이미 세워진 원칙들을 견지하면서, 정부와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통일논의를 열어 가야 할 책임이 한국교회에 있다.

△생명과 평화를 노래하라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은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면서 남북관계가 급격하게 냉각된 것도 이를 부채질했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기독교계의 통일운동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남북한의 화해보다는 과거의 냉전적 사고에 기반을 둔 남북 대결을 부추기는 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확산돼 가고 있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은, 다시 한 번 전쟁 분위기의 확산을 저지하고 남북한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신학적 논리를 개발해 확산시키는 일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경우에도 무력의 사용이나 전쟁은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으며, 남북한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민족의 생명을 살리고 더 나아가 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길임을 한국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에게 인식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독교계의 통일운동과 통일논의는, 통일의 과정이 단순히 정치적인 통합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 아니라, 남북한의 민중과 피조세계 전체의 생명을 지키고 보장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통일논의의 과정에서 민중과 피조물의 삶이 가장 중요한 의제 중의 하나로 부각돼야 하며, 생명을 거부하는 어떤 형태의 통일논의나 과정도 단호하게 거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세워 놓을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전제한다면, 통일논의는 신앙을 비롯해서 경제와 문화 등 삶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왜 무력이나 폭력을 거부해야 하는지. 그리고 아무리 상황이 어렵게 흘러가도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왜 반드시 계속돼야 하는지의 문제들에 대한 해답은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에는 한국교회가 통일운동의 중심지로서 그 위상을 회복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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