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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목사] 고독(孤獨)
기독교한국신문 | 승인 2015.08.26 08:19

   
▲ 황 인 찬 목사
정신없이 바쁜 이 성하(盛夏)의 계절에 목회자들은 오히려 고독에 빠지는 아이러니를 겪는다. 디모데후서는 노인이 된 바울이 두 번째 로마감옥에 수감되었을 때, 그의 사랑하는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마지막 유언처럼 써 보낸 편지여서 이 편지에는 그 동안 철저히 절제되었던 바울의 개인적인 감정들이 풍부하게 나타난다.

특별히 디모데후서 마지막장인 4장에는 바울의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고독을 쥐어짜는 듯 한 아픔이 서려 있는 것을 느낀다.

바울과 같은 위대한 신앙인도 고독을 느끼고, 고독에 시달릴 수 있는가하고 의문을 제기할 사람이 혹 있을지 모르나 바울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믿음이 좋은 하나님의 사람도 때로는 고독에 시달릴 수 있다. 만일 우리 중에 누가 바울과 같이 로마의 지하 감옥에서 겪었던 처절한 상황에 빠져 있다면 그도 역시 뼛속까지 스며드는 고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바울의 형편은 지금, 그의 생애의 마지막을 눈앞에 두고, 관제를 부은 것처럼 되어 있으며, 특히 데마를 비롯한 함께 있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버려 인간적 배신감과 함께 사람이 그리운 외로운 상태에 있다. 그리고 계절마저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늦가을의 스산함이 그의 고독을 더하게 했을 것이다.

누구든지 이 같은 바울의 환경에 처하게 된다면 말할 수 없는 외로움을 느끼게 될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바울이 겪는 이 고독은 하나님 없이 겪는 세상 사람들의 고독과는 다른 고독이다. 흔히 절대고독이라고 부르는 불신세계의 고독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고독인 것이다.

주님과 함께 살고, 주님과 함께 죽는 꿈을 가진 사람이 절대고독에 시달릴 수는 없다.

바울은 주님께서 자기 곁에 계셔서 위로해 주시고, 늘 용기를 주신다고 고백한다.(딤후4:17)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울이 고독에 휩싸이는 것은 부스러지기 쉬운 질그릇 같은 육체를 가진 인간이라는 조건 때문에 고독을 피할 수가 없다.

연약한 육체를 입고 사는 이상, 우리 모두는 평생 고독과 씨름하며 살아야만 한다. 특히 질병이나 죽음으로 인한 고통과 이별 앞에서 우리는 믿음과 상관없이 극한 고독을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바울이 남다른 고독을 느껴야 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그의 소명 때문이다.

바울이 지금 로마 감옥에 갇힌 것도, 또 사형집행을 앞두고 긴장된 순간을 살아야만 했던 것도 바로 그의 소명 때문이었다.

우리 역시 바울처럼 예수님을 따라가는 그리스도의 제자들이다. 나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가는 그 길에 고독은 필연이다.

하지만 성도로서 사명에 매인 이 고독은 우리에게 화(禍)가 아니라 영광을 안겨주는 고독이다. 바울이 디모데후서 2장 11,12절에서 고백한 것처럼 우리가 주와 함께 죽으면 주와 함께 살 것이요, 주와 함께 참으면 주와 함께 왕 노릇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바울은 4장 7절에서 자신이 당하는 고독이 하나님이 주시는 복임을 알고, 감격하기도 하는 등, 복합적이다. 우리도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의의 면류관이 기다리고 있고, 우리의 고독으로 인한 상처들을 다 싸매어 주고도 남는 하늘의 복이 있음을 믿는다.

하지만 이처럼 좋은 동기에서 비롯된 성도의 고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고독을 예방할 수 있으면 예방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바울도 이에 대한 적절한 처방을 하려고 노력했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바울은 우선 믿음의 형제들을 가까이 하여 교제를 나누려고 했다. 우리도 영적으로 고독이 주는 상처를 입지 않으려면 많은 믿음의 형제들과 거룩한 교제를 활발히 하는 것이 옳다.

또 바울은 고독에 휩싸이게 하는 여러 가지 여건들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바울은 겨울을 대비해서 겉옷을 부탁하고, 도움이 될 만한 양서들을 가져오라고도 한다.

특히 바울은 가죽종이에 쓴 책을 가져오라고 하는데, 성경학자들은 이 가죽종이에 쓴 책이 곧 구약성경을 가리킨다는데 무리 없이 동의한다.

우리도 우리의 외로움과 그 외로움으로 인한 고독을 선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말씀을 가까이 하여 늘 말씀 속에 깊이 젖어 사는 삶을 사는 것이다.

디모데전서 5장 5절에서 바울은 믿음 좋은 과부들에게 외로움을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 주야로 항상 간구하고, 기도할 것을 제안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이 우리 목사들도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를 동원하여 고독을 이기는 믿음의 삶을 살아 이 고독의 계절에 성직자로서 품격을 잃지 않기를 구하고 바라는 바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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