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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과 갈등 벗고 온전히 하나가 되라”종교개혁 498주년, 연합기관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한국교회 연합기구, 분열과 갈등 속에서 신음
에큐메니칼 정신은 온데간데없고 교단 이익에만 몰두

한국교회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한국교회연합(이하 한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등 다양한 연합기구가 존재하고 있다. 이들 연합기구들은 에큐메니칼 정신을 지향하며 하나된 한국교회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연합과 일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겉으로는 연합과 일치를 내세우면서 속으로는 각 교단간의 이해관계와 자리다툼 등으로 끊임없이 분열과 갈등의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종교개혁주일 498주년을 맞는 오늘 난립한 한국교회의 연합기구들이 분열과 갈등을 벗고 온전히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연합기구 난립, 갈등의 온상
현재 한국교회에는 다양한 연합기구들이 난립해 있다. 교계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NCCK를 비롯, 보수적인 색채의 한기총, 한기총에서 파생된 한교연, 장로교 일치를 부르짖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이하 한장총), 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이하 예장연) 등 저마다 교회 일치와 연합을 내걸고 독자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연합과 일치를 추구한다는 대의명분과는 다르게 대다수 연합기구들이 갈등에 휩싸여 있다. NCCK의 경우 지난해 총회에서 ‘총무 선출 문제’로 퇴장한 후, NCCK와 대립각을 세워 왔던 예장 통합총회가 완전히 복귀하지 않았다. 물론 양측이 지난해 총무 선거를 두고 벌어졌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사과하고, 에큐메니칼운동에 협력해 나가기로 해 예장 통합교단의 NCCK 복귀가 점쳐지지만 아직까지는 활동 보류 상태다.

한기총의 경우에는 이단 해제 문제를 두고 내홍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원래 자리로 되돌아오기는 했지만 그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이른바 정치총무들이 중심이 된 각각의 그룹들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끊임없이 개별적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는 언제든 한기총이 갈등과 혼란의 소용돌이로 휘말려 들어갈 수 있는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대도 또 다른 연합기구가 재출범했다. ‘한국교회 교단장회의’다. 지난 2009년 활동을 중단한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를 복원한 단체다. 이 단체는 정관의 설립 목적을 “한국교회의 교단장들이 친교를 나누고, 연합하여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며, 교회와 사회의 주요 의제에 대하여 공동으로 증언한다”로 명시하고, 현행 정관에 있던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하나의 연합기구를 창설한다”는 부분을 삭제했다. 주요 사회 현안에 한국교회가 한목소리를 내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되지만, 제4의 연합기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는 여전히 대두되고 있다.

교계 일각에서는 한국교회 연합기구의 난립을 우려하면서 각 연합기구 내에서의 갈등을 종식하고 더 나아가 모든 연합기구가 하나 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사회적 목소리 갈수록 약화
연합기구의 난립은 결국 갈등과 분열을 양산한 채 통일된 기독교의 목소리를 내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웃 종교들은 대표적인 기구를 통해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이것이 그 종교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대변된다.

불교 조계종의 경우 총무원을 통해, 천주교는 주교회의를 통해 대표성을 가진 의사를 결집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의 개신교는 이러한 대표성을 가진 단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교회협이나 한기총, 한교연 등 다수의 교계 연합단체들이 있지만, 이들 중 한 단체가 전체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난립한 교계 연합기구들은 전체 한국교회를 위한 하나의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각 연합기구 입맛에 맞는 독립된 목소리를 내고 있고, 하나의 연합기구 안에서조차 서로 의견이 분분한 것이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기독교의 입장이 정확히 어떠한 것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교과서 추진 문제만 봐도 그렇다.

한교연은 “좌편향 역사교과서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며 이념 논쟁과 편향성 논쟁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는 한국사 교과서를 새롭게 편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NCCK는 “정부의 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해 ‘뉴라이트적 성향의 교학사 교과서가 교육 현장에서 채택이 되지 않으니 강압적으로 이를 추진하는 듯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 같은 시도는 학생들의 사고를 단순화시킨다는 의미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에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정권에 의해서 교과서가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사회 현안에 대한 교계 연합기구들의 입장이 제각각이다 보니 정부와 사회를 향해 통일된 기독교의 목소리를 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물론 한교연과 NCCK가 현안에 대해 다른 입장일 수 있고, 이는 제각각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비기독교인의 시각에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대사회적인 현안에 대해 기독교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오고 있다.

△방대한 조직, 알맹이 없는 사업
대다수 연합기구들은 방대한 조직과 알맹이 없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기총의 경우 대표회장을 비롯, 증경대표회장 8명, 명예회장 12명, 공동회장 25명, 공동부회장 32명 등 회장만 해도 수십여 명이다. 세월호 참사 망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조광작 목사의 경우 공동부회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조 목사가 한기총의 대표회장인 것으로 일부 비기독교인들이 오해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수십 개의 특별위원회와 상임위원회가 난립한 것도 실질적인 사업을 추진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 이름만 그럴 듯한 수십 개의 위원회 중 실제적인 활동을 꾸준히 벌이는 곳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이처럼 방대하게 조직을 꾸리고 알맹이 없는 사업을 진행하기보다는 좀 더 효율적이고 집약적으로 연합운동을 가열차게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기총뿐만 아니라 한교연, 한장총 등도 이러한 방대한 조직과 알맹이 없는 사업에서 예외가 아니다. 그나마 위원회가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 곳은 NCCK 정도를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금권선거의 장으로 변질
대다수 연합기구는 금권선거의 장으로 변질되어 있다. 해마다 연합기구 총회 시즌이 돌아오면 총대들을 상대로 금품이 살포됐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기총과 한교연이 갈라서게 된 원인의 중심에도 금권선거가 있었다. 이 같은 금권선거는 한국교회 연합기구의 장을 선출하는데 있어 관행화되었을 정도로 심각하다.

보통 국회의원선거 등 각종 선거에서 불법과 탈법이 드러나면 50배의 벌금을 물리는 등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교회의 선거문화는 금권선거에 대해 관대(?)하다. 말로는 저마다 투명한 선거, 공정한 선거를 외치지만, 은밀하게 금품이 오간다. 이러한 행태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연합기구들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금권선거에 찌들은 풍토를 반드시 쇄신해야 한다.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금품을 살포한 경우라든지, 불법적인 선거운동의 경우에는 철퇴를 가해야 한다. 또한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 굳이 기독교인의 양심으로서가 아니라도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양심만으로 금권선거를 뿌리 뽑고, 훌륭한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다.

△교단간 양보와 협력이 필수
그동안 한국교회는 끊임없이 연합과 일치운동을 벌여 왔으나 실질적인 열매는 맺지 못했다. 도리어 과거보다 더욱 교회연합과 일치가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끊임없이 연합과 일치 운동을 벌임에도 불구하고 왜 결과가 도출되지 않는 것일까.

교계 전문가들은 먼저 연합과 일치운동에 대한 신학적인 정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왜 연합과 일치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치라는 게 그냥 합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왜’ ‘어떻게’ 일치를 이룰 것인가라는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외형이나 제도, 기구적 연합보다는 교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이해하고 영적인 일치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분열에 대한 회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교단 분열이 교권 다툼이나 불필요한 명분을 앞세운 인간의 욕심에서 기인한 경우가 많으므로 그리스도의 몸을 찢은 죄악을 철저히 회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개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일치를 이룬다면 죄성 때문에 또 나뉘고 말 것이며, 근본적으로 비우고 회개하고 그리스도께 복종할 때 진정한 연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개교단 우월주의를 극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교단 절대주의, 타 교단 배타주의를 극복하고 성경적 교회로 돌아가 하나 되어야 연합을 이룰 수 있다. 자신이 속한 교단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을 가지되 타 교단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관용과 이해를 가져야 한다.

한국교회의 분쟁과 분파는 다른 진리 때문에 갈등과 분리의 길을 걷기보다는 대체로 편협과 왜곡과 이해관계에서 파생되었다고 보는 것이 교회사가들의 일반적 평가이다. 교회의 분열은 쉬워도 연합은 어렵다. 한번 분리되어 고착되어 버린 때에는, 다른 형제 교단으로 이해, 관용, 교류하기 보다는 이단적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부정적 입장들 때문에 다시 연합하기 결코 쉽지 않다.

또한 진리 문제를 제외하고는 타 교단의 정서, 입장, 특징을 최대한으로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용하여야 한다. 그리스도의 한 몸을 이루기 위하여 열린 자세로 상호 연대성을 가지고 연합과 일치를 위해 힘써야 한다.

한국교회를 걱정하는 대다수의 목회자와 교인들은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 아울러 연합과 일치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 것과, 연합과 일치를 위한 시도를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회 일치와 연합은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교회에 선교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한 채, 갈수록 대사회적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위기를 타개하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교단이 자기 교단만의 입장을 내세우고, 대형교단들이 힘과 교세만으로 연합사업의 향배를 좌우하려고 밀어붙인다면,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 하나 된 한국교회의 모습은 갈수록 요원해질 것이다.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의 정신이 희미해져 가는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 대화를 통한 화해와 협력, 자기 교단만이 아닌 전체 한국교회를 위한 양보와 섬김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재호 기자  ck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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