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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목사] 무용지용(無用之用)
기독교한국신문 | 승인 2015.11.04 09:06

   
▲ 황 인 찬 목사
스피치(speech)하면 으레 서양의 한 학문의 장르이려니 생각하는데, 동양권에서의 스피치도 있다.

물론 상황과 분위기가 다르다. 중국의 철학이 느껴지는 스피치의 예화는 무척 많다.

마치 우화 같기도 하다.

중국 이하 아시아권의 스피치는 이렇듯 예민한 인간의 관찰로부터 시작된다.

무수한 세월이 지나도 우리의 흥미를 끌고 있는 삼국지의 그 수많은 전략과 기획, 치고 빠지는 관계형성들 역시 이런 인간관계에서의 멋진 커뮤니케이션들이다.

중국 제나라에 본명은 전문(田文)이요, 시호가 맹상군(孟嘗君)(戰國四公子 중 일인). ? ~ BC 279?)이란 유능한 정치가가 있었다.

맹상군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말기의 사람인데, 왕족으로서 진(秦), 제(齐), 위(魏) 3국에 걸쳐 재상(宰相)을 지낸 사람으로 천하의 부귀와 영화를 한 몸에 지녔던 인물이다.

역사에서 가장 호화롭게 산, 한 사람으로 쉽게 손꼽힐 만큼 부귀와 복을 누리던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모여드는 3000여명의 식객들을 마다하지 않고, 모두 자기 집에 살게 하고, 먹여주고, 재워주었다.

수많은 맹상군의 문객 중에 맹상군의 부인을 사모하는 자 맹랑한 자가 있었다.

어떤 사람이 이 사실을 맹상군에게 일러 바쳤다.

맹상군의 문객(門客)인 주제에 맹상군의 부인을 사모하다니, 의롭지 못하다면서 처단할 것을 강력하게 종용했다.

그러나 맹상군은 감정의 동요 없이 말하기를 "서로 좋아하여 사모의 정을 품는 것은 인지상정, 그대로 두고 절대 입 밖에 내지 마시오." 라고 했다.

그리고 일 년쯤 후, 맹상군이 자기의 부인을 사모하던 자를 불렀다.

"그대와 나는 교유(交遊) 한 지가 오래인데, 높은 자리 하나 마련해 주지 못해 미안하오.

내가 위(魏)군과는 친한 사이여서 부탁을 해 놓았으니, 위(魏)군에게 가서 교유해 보면 어떻겠소?" 그가 위나라로 가자 과연 크게 환영을 받아 높은 자리에 등용되었다.

세월이 한참 지난 후 제(齐)나라와 위(魏)나라 사이가 나빠지고, 위군이 제나라를 공격하려고 했다.
이때 그 문객이 나서서 말했다.

"제가 듣건대 제나라와 위나라는 서로 침략하지 않으리라는 맹세를 했었습니다.

지금 사소한 감정으로 제나라를 공격하시는 것은 선조의 맹약을 어기고, 맹상군을 속이는 일입니다.
부디 제나라에 대한 감정을 푸십시오.

만약 제 말을 들어주시지 않으신다면 제가 불초해서 그런 것으로 알고, 당장 제 목의 피를 내어 전하의 옷깃에 뿌리겠습니다."

그러자 위군이 마음을 풀었다.

이 소식을 들은 제나라 사람이 말하기를 "맹상군은 과연 훌륭하다. 화를 바꾸어 공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렇듯 맹상군은 멋스러운 무용지용의 군자였다. 원수가 될 뻔한 사람을 은인으로 만든 것은 그의 넓은 도량과 용서의 마음이며, 상대를 향한 푸근한 대화에서 비롯되었다.

인간과 인간의 소통(communication)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생과 역사를 바꾸는 힘을 과시한다.

무용지용(無用之用-쓸모없음의 쓸모 있음) 이란 말이 있다.

장자에 나오는 말인데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결국은 유용해진다는 뜻이다.

본론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화제를 늘어놓음으로써 상대의 경계심을 풀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내는 대화를 하자는 것이다.

직설적인 현대인의 스피치와는 조금 양상은 다르다.

우직한 인내심을 요하는 스피치가 많다.

우리는 '유용의 용'(有用之用-쓸모 있음의 쓸모 있음)에 치중하여, 세상을 살다가 자신의 능력의 최고 단계를 넘어서는 순간 우리는 무능해 지고, 실수하게 되고, 오판하게 되고, 무너지게 된다.

오직 쓸모 있음의 길로 자신을 내몬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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