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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평화공동체…남북의 막힌 담 헐어가야”한국교회 평화통일운동 갈수록 약화, 돌파구 마련 시급
기독교한국신문 | 승인 2012.11.08 16:41

   
▲ 한국교회는 평화의 공동체로서 평화를 선포하고 실천할 사명을 부여받았다. 화해의 사도로 부름 받은 한국교회는 민족분단이라는 남북의 막힌 담을 헐고 통일의 길을 다져갈 책임이 있다.

교회는 평화의 공동체이다. 한국교회는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주신 평화의 복음을 말로써 선포하고 행동으로 실천할 사명을 함께 부여 받았다. 화해의 사도로 부름 받은 한국교회는 민족분단이라는 남북의 막힌 담을 헐고 통일의 길을 다져갈 책임이 있다. 분단의 비극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그 원인을 찾아 극복함으로써, 분단된 민족이 하나님과 화해하고, 동시에 상호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함으로써 평화로운 통일공동체 구현에 매진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과거 한국사회의 평화통일운동을 주도했던 한국교회는 갈수록 그 역할과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 독재정권의 억압 아래서 통일을 향한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고, 인도적 지원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했던 모습은 옛말이 됐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평화통일을 향한 정책과 사업을 재정비하고, 변화를 모색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평화통일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했던 소위 ‘88선언’에 걸맞는 교회 통일사업을 만들어 내고 이를 실천해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한국교회의 평화통일운동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발맞춰 나갈 필요가 있다.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는 천안함과 연평도사건 등으로 급격하게 냉각됐다. 게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사망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남북관계와 국제정세의 변화,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러시아/중국/일본 등 주변국들의 동향, 정부의 대북정책의 변화 등에 맞추어 탄력적으로 평화통일운동의 방향성을 수정하고 변화를 모색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한국교회 평화통일운동 갈수록 약화

한국교회의 평화통일운동은 민간차원의 통일운동을 주도해 온 자랑스러운 전통을 갖고 있다. 이미 지난 80년대, 사회의 모든 분야가 독재정권의 억압 아래서 통일문제와 관련된 견해를 거의 내놓지 못하고 있을 때에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한국교회는 정부의 방해를 뚫고 통일문제협의회를 꾸준히 개진해 왔으며, 여기서 이루어진 논의를 바탕으로 1988년에는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관한 한국 기독교회 선언’(88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88선언은 특히 분단체제 안에서 상대방에 대해 깊고 오랜 증오와 적개심을 품어왔던 일들이 우리의 죄임을 하나님과 민족 앞에 고백한 한국기독교 통일운동사의 중요한 이정표이자, 다른 종교와 구별되는 기독교만의 차별성으로 평가받고 있다.이같은 한국교회의 노력은 세계 기독교계뿐만 아니라 북한의 공식 기독교단체인 조선기독교도연맹(당시)의 반응을 이끌어냈고, 이에 따라 남북한의 교회는 사회의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먼저 남북 교류를 시작했다.

지난 1986년 스위스 글리온에서 처음 만나 역사적이고도 감격적인 공동 성찬식을 거행한 바 있는 남북한 교회의 만남은, 남북한 관계가 여러 가지로 변화한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1991년에는 당시 교회협 총무였던 권호경 목사가 우리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 그리고 그 이후 교회협을 비롯한 한국교회 대표단의 방북은 계속 이어져 왔다. 90년대 중반에 들어 북한이 거듭되는 홍수 등으로 심각한 식량난에 빠져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제일 먼저 북한 돕기에 나선 것도 한국교회였다.

한국교회는 북한동포후원연합회를 결성, 거교회적으로 북한 지원을 위한 자원을 모으는데 주력했을 뿐만 아니라, 해외 교회에 북한의 급박한 사정을 알리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에 세계의 신앙 형제들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 해외의 기독교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북한을 돕는 일에 나서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같은 사례들은 한국 사회의 평화통일운동을 교회가 주도해 나왔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 정부가 대북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교회의 통일운동은 점차 그 입지가 작아지기 시작한다. 정부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변한 만큼, 기독교 이외의 다른 부문들이 통일문제에 접근하는 길이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인 교회가 정책을 좌우하는 정부의 논리와 능력을 뛰어 넘기가 사실상 어려웠기 때문이다. 즉, 이 시기부터 우리나라의 통일논의를 정부가 독점해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노태우 정권에서부터 시작된 정부의 ‘통일논의 독점을 향한 움직임’은 김영삼 정권에 와서 더욱 노골화되기 시작했다. 이같은 움직임을 잘 보여 주는 것이 바로 ‘북한 지원창구 단일화’를 둘러싼 정부와 민간부문 사이의 논쟁이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이후 한국 교회의 통일운동은 통일과 관련된 논리의 개발이나 정책제시보다는 남북한 교회의 교류와 만남, 그리고 북한 지원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통일문제에 대한 시각이 전반적으로 넓어지면서,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보수권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경향이 기독교계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통일운동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기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미쳤다는 점이다.

정부와는 다른 차원의 통일논의 필요

정부 주도의 통일논의가 갖고 있는 가장 뚜렷한 한계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데 있다. 한마디로, 미국의 아시아 정책과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우리 사회의 통일논의를 독점하고 주도할 수는 있지만, 주변 정세의 흐름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는 명백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독교계의 통일운동이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는 사실상 자명하다. 즉, 기독교가 그동안의 통일운동을 통해 나름대로 세워 놓았던 원칙과 신앙적 양심에 충실하게 정부의 정책을 비롯한 사회의 통일논의를 감시하고 바로잡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이미 ‘88선언’을 통해 ‘자주, 평화, 민족적 대단결, 민중우선, 인도주의’라는 다섯 가지의 통일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통일논의의 주도권이 교회로부터 정부 당국으로 넘어간 이후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은 이 원칙들을 실천에 옮기기보다는, 대북지원을 빌미로 한 남북한 교회의 만남과 교류에 더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도적대북지원을 계속해야 하겠지만, 대북지원에만 목을 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이미 세워진 원칙들을 견지하면서, 정부와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통일논의를 열어 가야 할 책임이 한국교회에 있는 것이다.

평화를 노래하라

그동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빠르게 변화돼 왔다. 한국교회는 이처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발맞춰 평화통일운동을 펼쳐 나갈 필요가 있다. 김대중 정권에 들어서면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햇빛정책의 기조 아래 남북교류가 증가하면서 화해 무드가 조성되었고, 평화통일을 향한 기대감도 커졌다. 이러한 기조는 노무현 정권에서도 이어졌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대결과 갈등국면이 심화됐고,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기조에 영향을 받아 한국교회의 평화통일운동도 급속히 위축됐다. 대북인도적지원 등 교류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서 남북관계는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의 평화통일운동은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기독교계의 통일운동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남북문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의식이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균열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우리 사회에서 보수세력이 득세하면서 생겨나는 현상은, 남북한의 화해보다는 과거의 냉전적 사고에 기반을 둔 남북 대결을 부추기는 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확산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평화통일운동은, 다시 한 번 전쟁 분위기의 확산을 저지하고 남북한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신학적 논리를 개발해 확산시키는 일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경우에도 무력의 사용이나 전쟁은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으며, 남북한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민족의 생명을 살리고 더 나아가 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길임을 한국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에게 인식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에 줏대 없이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가 동북아의 정세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는 하지만, 결국 통일은 남과 북이 주체가 되어 풀어가야 할 과제라는 점은 명확하다. 따라서 교회는 한반도 내부의 문제를 우리 민족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독교계의 평화통일운동과 통일논의는, 통일의 과정이 단순히 정치적인 통합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 아니라, 남북한의 민중과 피조세계 전체의 생명을 지키고 보장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통일논의의 과정에서 민중과 피조물의 삶이 가장 중요한 의제 중의 하나로 부각돼야 하며, 생명을 거부하는 어떤 형태의 통일논의나 과정도 단호하게 거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세워 놓을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교회의 평화통일운동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한국교회는 평화의 공동체임을 분명히 자각하고, 평화를 선포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민족분단이라는 남북의 막힌담을 헐고 통일의 길을 다져갈 책임이 있다. 따라서 분단된 민족이 하나님과 화해하고, 동시에 상호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함으로써 평화로운 통일공동체를 구현하는데 한국교회가 앞장서 나가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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